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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펑2) 강스포) 다 봤고, 나한테는 참 시의적절하게 좋았음

루리웹 유머 베스트2026-10-21 03:25 올라옴원문 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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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하 감상문은 '사이버펑크:엣지러너 2' 의 강력한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싫어하시면 뒤로가기를 누르기를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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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간성이라는 가치에 대하여


사이버펑크라는 장르가 보여주는 세계관은 단적으로 이거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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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스트롬


어떤 점에서 그렇느냐면, 사이버펑크는 본질적으로 펑크 장르란 말임

히피문화의 낙관성이 붕괴하고 더 이상 희망같은 건 없다는 식으로 급진적으로 나아가려던 문화적 경향


이 문화적 경향에서 기술사회, 자본주의 사회는 대체적으로 인간성을 갉아먹고 파괴하는 것으로 묘사되기 쉬웠고

'사이버' 펑크도 마찬가지였음


즉 사이버펑크는 본질적으로 사회비판이고, 그 형식은 '사회 속 인간성의 파괴' 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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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는 사이버펑크 2077에서도 그대로 드러남


사이버사이코시스는 물론이고 사회비판하면 빠지지 않는 자본주의와 자본주의 문화비판까지 패키지로 들어와 있음


그리고 그 비판을 위해 사용되는 소재가 바로 인간성의 상실이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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엣지러너 1편의 데이비드 마르티네즈의 최종 무기인 '사이버스켈레톤' 이 그 예시임


이걸 통해서 사이버펑크 장르가 하는 말은 대체적으로 하나로 수렴됨


'이 ↗같은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전설이 되어야 하고, 전설이 되기 위해서는 인간성을 버려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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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8년 발매된 사이버펑크 2013 룰북)



다른 말로 하면, 사이버펑크 2013이 발매된 1988년부터 거의 50년 가까히 되어가는 지금 이 시기까지

사이버펑크는 '인간성이 파괴되는 이딴 세계에서 살 거냐' 를 줄기차게 말해온 거임


이게 일으키는 문제는 이런 게 있음


첫째 사이버펑크는 사회비판이며, 따라서 사회의 알레고리다.

반대로 말하면, 사이버펑크를 통한 사회의 이해를 하게 된다는 건데, 사이버펑크를 통한 사회의 묘사가 너무 극단적이기 때문에 (살기 위해서는 전설이, 전설이 되려면 괴물이) 현실 그 자체를 그렇게 이해하게 된다는 것


둘째로 더 나아가, '그렇다면, 우리는 인간성에 대해 어떤 가치를 발견해야 하는가' 를 사이버펑크는 소개하지 못한다는 것

사이버펑크가 인간성에 대한 경각심을 보여주는 것은 어디까지나 부정적이었지 긍정적이지는 않았음


첫째 문제와 둘째 문제가 합쳐지면, 사이버펑크는 본질적으로 냉소적 시선을 가져오게 됨


사이버 사이코시스의 알레고리로 경각심을 주려는 장르가

냉소를 통해 사이버 사이코시스를 정당화하는 포기의 상태로 사람들을 이끌어 버리는 것


물론 경각심을 주려는 의도일 것이고 그 의도대로 행동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겠지만


미리 말하자면, '그런 사람들이 더 많을 것이다' 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음

비판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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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철 위에서 킹즐리를 카메라로 찍는 시늉을 하면서 손을 흔드는 탈리아)



그래서 그런건지는 모르지만, 이번 엣지러너 2는 그 전철을 밟지 않음


엣지러너 2는 슴슴하다, 심심하다, 혹은 사이버펑크답지 않다는 의견들이 많은데, 그 의견의 대부분은 이 점에서 그런 점을 느끼지 않았을까 싶음


지금까지의 사이버펑크라는 장르가 '인간성의 파괴는 얼마나 비극적인가' 를 다루어왔다면


엣지러너 2에서는 '우리가 파괴해 왔던 인간성은 본디 어떤 가치를 가진 것인가' 를 주로 다루었음





꿈보다 해몽이겠지만, 로만의 인간성이라는 요소에 대한 표상은 꽤 자주 드러나고

캠코더로 타인을 찍는다는 행위가 표현하는, 가치에 대한 고전적 추구는 아예 직접적으로 드러남.

'좋은 영화는 스크린이 있다는 사실을 잊게 해 준다, BD는 경험을 동기화하기에 그 간극이 없다' 는 로만의 대사는, 현실에 실존하는 예술적 가치에 대한 견해들을 종합한 것처럼 보일 정도임


물론 로만의 인간성은 나중에 가서는 무력함. 그건 어쩔 수 없음

인간성의 가치를 보여줘야 한다고 해서, 인간성이 물리적으로 불가능한 기적적 힘으로 작용한다고 표현할 수는 없으니까

거기까지 가면 사이버펑크라는 장르에서 아예 벗어나버리니까


하지만 그 시점에서 로만의 인간성이 무력하다는 것은 인간성 자체의 무력함으로 이어지지 않음

킹즐리와, D, 오미, 심지어는 쿄코의 인간성으로도 이어짐으로써 

결국 하나의 비극을, 완전히는 아니더라도 막아내는 데 성공하기 때문임






엣지러너2에서는, 그동안 파괴를 통해 경각심을 가져왔던 인간성에 대한 비유를

이번 작품에서는 그것이 어떤 가치가 있는 것인지를 가져옴으로써 더욱 강조했다고 생각함








2. 오늘날 발생하는 비판욕구, 복수욕구의 본질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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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반 이후부터 등장하는 캐릭터 '유피')


엣지러너 2가 '사펑답지 않다' 라는 느낌을 정치적으로 느꼈다면 아마 이 부분에서 가장 크게 느꼈을 거임


엣지러너 2기는 사회에 대한 반항, 전복의 감각을 긍정하지 않음


엣지러너 1기 수준은 물론이고, 2077 게임 수준으로도 인정하지 않음


본질적으로 여기서의 사회전복은 '허무한 복수인 것을 알아도 멈추지 않아서 생기는 허무' 를 강조하는 형태로 전개되기 때문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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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조리 자체가 없는 게 아님.


D는 복수귀임. 복수할만한 충분한 명분도 있음. 위에 나오는 유피라는 캐릭터도 아라사카를 증오할만한 명분이 있음


사이버펑크가 사회에 대한 비유임을 생각해보면, 사실 중간에 나오는 나이트 시티에 대한 폭동도 명분은 충분히 존재한다고 보아야 할 거임


그런데 문제는, 그 복수심이 어떤 식으로 표출되느냐는 거임


팬덤화되면서 사람들이 뭉치고, 사람들이 뭉치면서 통제되지 않고, 통제되지 않는 힘은 점점 더 극단으로 치달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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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점된 폭력의 영역을 넘는다는 거임


그 강력한 카프리의 힘을 가졌던 D가 허무하게 무력화되고, 그 상황에서 급격하게 시위(일본어판은 폭동이라고 자막에서 표현함) 가 마무리되는 건 이 비유로 읽혔음

'그래, 너희가 군중의 힘을 가진 것도 알겠고, 명분이 있단 것도 알겠다. 하지만 그 명분이 통할 형식으로, 너희는 분노하고 있는가? 그 결과는 무엇이 될 것 같은가?' 같은


그리고 이런 파국을 브레이크 걸 요소들은 상당부분 무력화되어 있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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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만의 인간성은 D의 복수심 이면에 놓인 D의 인간성에 휩쓸리다가 결국 복수심을 멈추지 못하고 내쳐져버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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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수함의 상징인 카프리는 이 상황에선 D 안에 없었음 (애초에 순수함의 상징이어서 나중엔 탈리아의 복수심에 휘둘려버리기도 했고)


다르게 말하면, 복수심을 표출하는 명분으로 자주 등장하는 '우린 더 인간적이다, 우린 더 순수하다' 라는 논리조차

실제로는 그들 스스로 내쳤거나, 그들 내부에 존재하지 않는 상황이지 않느냐는 비판적 비유로도 읽혔음





이렇듯 이번 엣지러너 2는 인간성을 강조하지만, 인간성 자체가 아주 기적적 힘을 가진다고 묘사하지는 않고 있음

여전히 인간성은 중요할 때 무력함


하지만, 인간성 없는 비판은 파국으로 달려가게 되고

이것이 엣지러너 2가 군중적 비판의식, 복수심을 바라보는 방식임


앞서 1챕터에서 '비판만으로는 더 이상 충분하지 않다' 가 여기서 강조된다고 이해했음








3. 추하더라도, 전설이 되지 못하더라도, 다시 인간이 추구할 수 있는 무엇을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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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만의 인간성이 나중에는 별 역할을 못하는 것처럼 보여도

로만을 통해서 연결된 사람들의 인간성이 비극을, 완벽하지는 않더라도 어느 정도는 막아낼 수 있었음


하지만 그 결과 주어지는 것은 나이트시티의 전설이 되는 게 아니라, 그저 살아가는 것이었음


하지만 그저 살아가는게 정말 나쁜 것은 아니라는 느낌을 받았음


왜냐면 내 영상을 찍어서 보내주겠다는 약속을 할 수 있고, 앞으로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할 수 있고, 관계를 이어갈 수 있으니까


사이버사이코가 되지 않은 나 자신으로써, 다른 누군가와 관계를 맺을 수 있으니까




원래 사이버펑크라는 장르가 '비극을 보여주기 위해' 파괴해왔던 인간성은 어떤 종류의 가치를 가진 것인가?


엣지러너 2에서는, '인간성에는 관계를 가지고, 관계를 통해 서로와 연결될 수 있는 가치를 가진다' 고 제안하는 셈이라고 생각했음




그런 것이 사이버펑크에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하면 어울리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래도 나는 이런 것이 좋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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